-샌즈 드림
-드림주 : 앨리스

*


아가, 나를 그렇게 싫어했니?

몰래 숨어서 듣는 몇번째인지 모를 대사를 들으며, 나는 그들이 앞으로 나가는걸 지켜보았다.

아마 저것은 눈치채고 있겠지.

의미없는 생각을 하며 그저 그들이 나가는 길 뒤에서 조심히 따라갔다. 지나가며서 바닥에 흩어져 남아있는 먼지를 잠시 멈춰 바라보다 그들이 사라질까 서둘렀다. 그곳은 이제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번엔 어떤 엔딩을 보려 할까.

저번엔 그녀 곁에 저것이 없었는데, 지금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그녀은 아마 모르겠지. 나도 처음보는 것이니까.

로드와 세이브를 반복하는 그녀를 뒤에서 바라보며 또다시 가게될 눈이 가득한 마을을 생각했다. 이번엔 많이 조용할 것 같네.

샌즈 보고싶다.

밖으로 나가면 볼 수 있겠지만 문 밖으로 바로 나가는 건 위험했기에 나는 멈춰섰다. 그리고 뒤를 돌아 작은 꽃 하나를 마주했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인데?? 넌 누구야?

언제나 듣는 질문에 나는 언제나 똑같이 대답하였다.

내가 누군진 나도 모르겠어.

나를 처음보는 이번의 플라위는 역시 착한 코스프레를 벗지 않고 약간의 미심쩍은 낌새를 보였다. 고민하는 낌새를 보이자 나는 곧바로 이어 말했다.

나는 없는 것처럼 취급해도 돼. 난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 말에 플라위는 착한 척하던 얼굴을 깨뜨리며 일그러뜨리더니 곧바로 사라졌다. 똑같은 반응. 나는 그의 반응을 무의미하게 생각하다가 저멀리 샌즈의 파란 후드집업의 색이 보이자 바로 풀숲으로 숨었다.

방귀쿠션을 이용해 다른 이를 놀리는 건 여전하다 생각하다가 문득 보인 그녀의 얼굴이 평소와는 달랐다. 무서운 표정. 원래 저런 반응이었던가? 이번에 진행은 뭔가 달랐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 폐허 속은 이제 괴물 한마리도 존재하지 않았다. 원래 이렇던가?


*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면서 나가려는 발걸음을 붙잡았다. 참아야해. 하지만 왜? 샌즈, 넌 항상 가만히 있었잖아.

로드되는걸 알고 있는 샌즈였기에 더욱 의문이 커졌다. 넌,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잖아.

어째서??

어째서 그렇게

필사적인거야??

내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던가??

의문에 의문을 잡을 때 샌즈가 공격을 멈췄다. 샌즈는 필살기를 썼다. 그녀에게 턴을 넘기지 않는 그런걸.


*


이게, 뭐야 샌즈.

샌즈가 상처입은 채로 그녀에게 보이지 않도록 벗어나자, 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하..하... 내가 지금 환각을 보는건가?

아냐, 아직, 아직 아니야

절박하게 매달리며 간절하게 빌었다. 지금 당신이 죽으면 어떡해...?

안돼 제발. 샌즈. 죽으면 안돼. 제발...

붉게 물든 앞섬을 잡아 눌러보지만, 그는 점점 가루가 되어갔다. 현실을 애써 외면해보려 했지만 점점 작아져가는 그의 목소리가, 점점 흩어져가는 그의 모습이 나를 강제로 일깨웠다.

너..에겐.. 항상 미안했어....


*


모든 이들이 죽었다. 앨리스만 제외하고. 유일하게 그녀가 인식하지 못한 하나의 존재. 그녀는 지하세계를 혼자 떠났다. 지하세계에 남아있는 하나의 존재. 앨리스는 스노우딘의 샌즈 집 앞에 주저 앉았다. 앨리스 이외엔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싸늘하고도 한산한 거리.


앨리스는 그의 집앞에 언젠가 심어놨던 장미꽃을 바라보았다. 신기하게도 유일하게 이 지하세계에 피어났던 장미를 그녀는 샌즈와 그의 집 앞에 심어놓았다. 그들은 꽃이 이런 곳에 자라지 못한다는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법을 이용해 그 꽃이 잘 자랄 만한 공간을 만들어 놓았었다.


이젠 시들어버린 장미꽃이었다. 마법을 유지하던 샌즈가 사라지고 이제 이 꽃을 돌 볼 수 있는 이조차 사라질 것이다. 하얀 눈 사이에 피어있는 붉은 꽃을 보며 앨리스는 눈을 감았다.


아, 더이상은 안 될것같아.


천국으로 가자. 샌즈. 모든 이들이 행복할 수 있을거야.

나는 나쁜 어린이어서 가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천국으로 가자. 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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