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아시 케이지 드림
-아직 미완성의 글. 수정중..

*

중학교 3학년 여름쯔음 아카아시는 가벼운 손목 염좌로 병원에 갔었다.

병원엔 커다란 나무가 있었고 그 그늘 아래서 휠체어에 앉아 쉬고 있는듯해 보이는 소녀가 보였다. 검고 긴 생머리에 희고 깨끗한 피부. 처음에는 그 소녀가 무더위 속 너무 동떨어져 보였기에 더위를 먹어서 헛것을 보는것 같았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고 꽤나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했다고, 점차 친해지며 알게 되었다.

첫사랑이었다. 그녀와는 그 후 자주 찾아가 말동무가 되어주기도 하며 같이 산책을 다녔다.

처음에는 휠체어 타는것을 신경쓰지 않아주었으면 한다고 하면서 같이 걷거나 약간 앞서서 안내한다거나 했는데 어느날 앞서 걷다가 뒤를 돌아봤을때 그녀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었다. 다행히 빈혈과 약간의 피로가 겹쳐저서 생긴 일이었다.

그 후 그녀와 같이 산책을 다닐때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그녀를 위해 뒤에서 밀어주면서 따라걸었다. 한발 늦게 따라가고 절대 앞서서 걷지 않았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다시 생길까봐.

그렇게 지내던 소녀는 불치병을 앓고, 어느 순간부터 증상이 악화되다가 결국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것이 지난 겨울에 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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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봄이 오고 그는 후쿠로다니 고교에 입학 하였다. 그곳에서 팀을 만나고 세터로써 보쿠토 선배에게 인정받아서 같이 연습하는 등. 그렇게 평소처럼 평범하게 고교 생활을 보냈다. 하지만 여름에 가끔 나무가 우거진 곳을 보다보면 문뜩 휠체어에 앉아있던 그 소녀를 떠올리곤 했다.

아카아시는 왜 항상 뒤에서 걸어?

보쿠토가 사고 치는 걸 막으려고 그러나보다 했는데, 보쿠토가 없어도 항상 사람의 뒷쪽에서 느릿하게 걷는것 같아서.

선배가 그렇게 말하기 전까진 그는 한번도 그것에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기억이란건 연쇄적으로 일어나, 곧 소녀가 쓰러졌던 여름날 다시는 먼저 걷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날까지 생각되었다.


그날 꿈에서 커다란 고목나무가 나왔다. 그 여름날 보이던 모습 그대로, 그 아래에는 하얀 휠체어를 탄 소녀와 함께. 

정말 오랫만이네요.

소녀는 작게 웃으면서 끄덕였다.

정말 늦었다구요.

아카아시는 천천히 다가가 휠체어 뒤로 섰다. 그 때처럼 천천히 밀고 나가면서 산책을 하였다. 현실에서의 공원이 아닌 기억을 걷는 것에 불과 했지만, 소녀와의 추억에서 걷는 느낌은 어쩐지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여름의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걷다가 어느순간 알록달록하게 물든 단풍들 사이로 걷고 있었고, 그들의 산책이 끝날때 쯤에는 나무에 소복히 눈꽃이 피어있었다.

눈꽃들이 가득했지만 그는 추위를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휠체어를 잡던 손부터 따뜻함이 한가득 밀려왔기에, 전혀 춥지 않았다.

소녀는 아카아시에게 휠체어를 놓게 하곤 몸을 돌려 아카아시를 마주보았다. 하얗게 흩날리는 눈꽃처럼 웃는 소녀에게 아카아시는 말했다.

오늘, 선배가 저도 몰랐던 버릇을 말해주셨어요.

지난날 소녀와 함께 했던 추억들을 떠올리던 아카아시는, 소년은 어쩐지 아릿해져오는 가슴에 목소리에 울음을 머금었다.

어쩐지... 슬픈 버릇이 생겼네요.

그 목소리에 같이 슬퍼하는 듯 소녀는 잔뜩 눈물을 머금은 채로 아카아시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다시는, 당신을 잊지 않겠죠?

하얗게 흩날리던 눈꽃들은 이내 벚꽃이 되었다.

무의식 중 한걸음 뒤에서 따라걷는 모습을 알아차리면, 
언제나 당신을 떠올릴거예요.

한번도 같이 보지 못했던 흩날리는 벚꽃 잎 속에서, 소년은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좀처럼 보이지 않던 눈물을 흘리며 마침내 그 소녀에게 작별인사를 건냈다.

잘가요, 내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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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드림] 우산  (2) 2016.07.24
 

-아카아시 케이지 드림

*

어젯밤, 잠들기 위해 방으로 들어가는 중 어렴풋이 오후쯤 비가 온다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기도 했다

설마 아침부터 우중충할지 누가 알았으랴.

비몽사몽하면서 일어난 나는 뭔가 기분이 쎄 한 느낌을 받았다. 아직은 어둑한 방 안이 약간 쌀쌀한 것 때문 같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가슴 한 구석이 섬짓한 느낌이 더 강했다. 서둘러 시간을 확인해야,

8시. 

순간 잘못 본 듯 싶어 다시한번 눈을 비비고 쳐다보았다. 하지만 변함없는 현실이었다.

느리게 돌아가던 머리가 놀라서 일하기 시작했고, 정신차린 나는 서둘러 일어나 커튼을 치고 밖을 확인해 보았다. 하늘은 검은 구름들이 가득했으며 햇빛은 보이지도 않아서 금방이라도 비가 솓아질 것 같이 어두웠다. 

아마 이런 날씨로 인해 깨어나지 못한게 아닐까. 

잠깐 다른 생각을 하며 눈을 돌리다 보이는 길가에는, 교복입은 학생들이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지각이다...!

알아차리자마자 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가 서둘러 세안을 했다. 양치도 빠르게 마치고, 허둥지둥 옷을 갈아입고 뛰어나왔다. 뒤에서 엄마가 밥먹고 가라고 부르는 것 같았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지각은 절대로 안됐다.


그 길로 바쁘게 뛰어 교문을 통과했고, 교실에 도착해 자리에 앉았다. 앞자리에 앉은 내 친구가 웃으면서 아슬아슬 했다고 말하면서 아침인사를 건냈다. 그에 숨을 고르면서 아침인사를 건네고 가방을 책상에 걸고 엎어졌다. 엎어져 진정시키고 있는데 옆에서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내가 고개를 들어쳐다보자 아카아시는 미약하게 웃음기 남아있는 얼굴로 말했다.

"오늘 아침은 힘들어 보이네, 늦잠잤어?"

상냥하게 물어보는 목소리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응. 아침에 알람 무시하고 잔 것같아, 어두워서..."

두근대는 심장을 애써 억누르고 얼굴을 쳐다보지 못하면서도 착실히 대답했다. 잘했어, 잘 대답했어. 스스로 다독이면서도 말을 어떻게 하면 이어나갈지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했다. 하지만 곧 종이 치며 담임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말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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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했다. 3교시인 수학을 준비하려 가방을 뒤척이던 중 문득 과제 프린트를 집에 두고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머리를 엉망으로 만들면서 절박한 마음에 계속 뒤적였지만, 집 책상에 고스란히 놓여있는 프린트가 갑자기 가방에서 튀어나올리가 없었다.

활짝 열린 가방 앞에서 절망하고 있자니 친구가 앞에서 나를 비웃으면서 놀려댔다. 물론 나도 환하게 웃으면서 한 대 쳐 입을 다물게 했지만, 그래봤자 친구가 놀린대로 선생님께 혼나는건 예약된 상태였다.

하필 오늘이냐고...

가방을 뒤지다가 문득 알게된 사실이었는데, 우산, 두고 왔다. 그래서 오늘은 친구 따라서 빨리 집에 가려고 했는데 안될게 틀림없었다. 수학선생님은 매우 까다로우셨고, 무엇보다 열정적이셨다.

그렇게 수업이 시작 되었고, 나는 마음을 졸이며 수업에 임했다. 전투적이고 긴장되게 수업에 임하고 있자, 옆에서 자신을 톡톡 두드렸다.

'무슨 일 있어?'

작게 적혀진 노트의 글씨가 의외로 아기자기 하다고 느끼면서 샤프를 들어 답했다.

'오늘 과제를 안가져왔거든.. 오늘 검사 안하겠지?'

'글쎄... 저 선생님 꼼꼼하시잖아'

'안돼! 오늘은 반드시 잊으실거야!'

절대 안된다는듯 빠르게 써내려가자 아카아시는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과제 안가져와도 문제 조금만 풀면 되지 않아?'

'오늘 우산 안가져와서 일찍 가려고 했단말이야...'

'아.'

잠시 필담이 멈추었다.

'힘내.'

'고마워'

그 말을 마지막으로 다시 수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한참 진행하던 수업은 어느덧 마지막이었고 끝이 다 되어갈수록 나는 마음이 더 졸여갔다. 슬슬 수업이 마무리지어가 안심하고 있을 무렵 선생님은 돌연 과제 했냐고 물으시더니 일어나보라고 하셨다. 이런... 그리고 오늘따라 이상하게도 다들 과제를 해와서 나밖에 일어난 사람이 없었다. 오늘은 진짜 운이 안좋은 것 같네..

선생님은 다시 출력해온 프린트를 건내주시면서 다 풀고 집에 가라고 하셨고 그대로 나가셨다. 손으로 얼굴을 덮으면서 절망하자, 옆에서 힘내라고 토닥여줬다. 

응, 힘내야지...화이팅....

아카아시는 그런 제 짝을 보면서 또 한번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

점심시간이 지났을 때, 먹구름이 빗방울을 하나둘씩 뱉어내고 있었다. 가늘던 빗줄기은 점점 시간이 갈 수록 굵어졌고, 방과후 때 쯤에는 거의 폭우처럼 쏟아졌다.

친구들은 매정하게도 먼저 집에 돌아갔고, 나는 혼자 남아 프린트를 머리를 싸매면서 풀어나갔다. 한 번 풀었던 문제 였지만 내가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이었기에, 오랜 시간에 걸쳐 풀게 되었다.

끝나고 집에 가려고 하며 하늘을 쳐다보자 한층 더 어둡긴 했지만 아까전보다는 빗줄기가 약했다. 그래도 여전히 비는 계속 내렸고 나는 우산이 없는 상태. 그대로 현관에서 그칠때까지 기다릴까 싶어 서 있는데, 저 멀리서 누군가 뛰어오는게 보였다.

흰색 져지에 검은 곱슬머리. 그리고, 이 시간까지 남아있을 운동부부원. 나는 곧바로 아카아시를 떠올렸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아카아시는 빗속을 뚫고 곧장 나에게로 다가와 우산 속으로 나를 불렀다. 데려다줄게.
분명 부활동 아직 안 끝났을 텐데? 연습 항상 늦게까지 하던데... 의문을 가지면서도 그의 부름엔 거절할 수 없었기에, 그 좁은 우산 속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집 방향을 묻는 그의 말에 어색하게 대답하고, 그 후로 잠시 대화가 끊겼었다. 우산 위로 빗방울들이 침묵속에 춤을 추었고, 그 소리만이 우리 둘 사이의 유일한 소리였다. 그런 빗방울이 가득한 소리 속에서 나는 아카아시가 비가 맞지 않도록 우산을 잡아 그에게로 향했다. 그러자 아카아시는,

"그러면 우산을 가져온 의미가 없는걸."

그러며 우산을 내쪽으로 향하기에 어쩔 수 없이 서로 붙을 수 밖에 없었다. 그와 닿는 부분은 열이 나는것 같았기에 나는 머릿속이 복잡하다 못해 터질 것만 같았다.

어색한 침묵을 뚫고 내가 물었다.

"그, 아직 부활동 시간 아니야?"

"...선배들에게 말하고 먼저 나왔어."

그 질문이 무색하게도 짧은 답변이 튀어나와서 다음 할 말을 찾지 못하고 고민했다. 그런데,

"내가 부활동 늦게까지 하는거 알고 있었네?"

순간 사고가 정지했다. 그러다 다시 돌아가는 생각은 날뛰는 듯 했고, 심장은 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 그니까 뭐라고 해야하는걸까? 머리속이 버퍼링이 걸린듯 했다. 그래도 입은 착실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 그렇지? 우리학교 배구부는 유명하니까, 늦게까지 할거아니야?"

"그래, 보통 이 시간까지 연습하는지 대부분 모르지만."

잠시 말을 멈춘 아카아시는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웃으면서 손을 뻗어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더니, 말을 끝마쳤다.

"아마 네 말이 맞겠지."

두근두근대던 심장이 순간 멎어, 그 자리에 멈추었다. 내가 걸음을 멈추자 아카아시도 같이 멈추어서 나를 쳐다보았다. 홀린것 같이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는 손을 다시 뻗어서 내 볼을 쓰다듬었다. 나는 그 부드러운 손길에 화들짝 놀라 눈을 크게 뜨며 쳐다보았다. 

그가 입을 열었다.

"왜, 데리러 왔냐고 물어봐줘."

비가 계속해서 왔다.

"왜, 데리러 온거야...?"

그의 말대로 똑같이 물어보면서도 어쩐지 대답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의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점점 다가오는 그의 얼굴에 서서히 눈을 감았다. 그러면서도 어쩐지 벅차올라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두개의 입술이 잠시 겹쳤다, 떨어졌다.

평소와 다르게 약간 빨게진 얼굴. 그리고 그는 내가 가장 바라던 답을 해주었다. 

"네가 좋아서."

빗소리가 가득 울리는 우산 속에서 우리는,

사랑을 가득 피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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